별 이야기

갈수록 편해지는 맛이 없는 세상

나리로 2024. 12. 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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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홍수 속, ‘아날로그 맨’도 편리해야 한다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오랜만에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작품에서 화 한 번 내지 않을 것 같은 털털한 인상의 주인공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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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잠시 놀았을 때 썼던 칼럼입니다.

 

놀 때 쓰던 칼럼이지만, 이 글귀를 썼을 때의 기억은 스스로 꽤 남더군요.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의 장점을 강조하다가 슬그머니 일체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을 떠올려보자. 이제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대신 충전기를 끼워야 한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수리센터에 가서 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박탈당했다.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실 원래 이 글귀의 원문에는 '소비자에게는 사실 선택권이 없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편집 과정에서 사라진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이 문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기술은 짧은 시간 정말 놀랍도록 발전했고, 이 기술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깜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어른의 사정'은 이 기술들이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지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기술이 더이상 도움을 못주는 게 아니죠. 기술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거지요.

 

몇해 전 GOS로 정말 신나게 까였던 삼성, 갤럭시 S21부터는 아예 외장 메모리도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지요.(갤S20을 아직도 사용하는 가장 큰 까닭. 물론 잘 만든 제품이라 아직까지 잘 굴러간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음)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라는건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던 외장 메모리를 쓰건 그건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업체는 다양한 선택지로 소비자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오히려 점점 선택권은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스카이가 망하고,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면서, 경쟁이 없어지니 오만해지는 독과점 사업자의 전형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인맥으로 들리는 이야기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고위 임원이 '한국 시장에는 저가 제품 내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까지 하더군요. 삼성 한국 브랜드 아닌가요? 삼성이든 현대가 됐든 오히려 한국에서 올 라인업으로 한국 업체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고 자부심 가질 수 있게 여러 선택권을 주고 귀기울일 생각은 참 아무도 안하나봅니다.

 

며칠 전, 아내의 스마트폰 화면 터치가 고장났습니다. 몇년을 쓴 스마트폰이니 고장이 나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임시로 같은 모델의 중고폰을 당근에서 사서 부품만 교환하려 했는데, 삼성 측에서 몇년 전부터 부품 교환 요청을 안받아주기로 했다더군요. 정책이라고 합니다. 정품이 아닐 수도 있다나요? 아니 설사 해당 부품폰의 부품이 정품이든 아니든, 삼성은 그것이 정품이 아니면 아니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고지만 해주면 됩니다.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 일입니다.

 

갈수록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안하는 것'들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기자들은 이런 걸 좀 까야지 싶기도 한데, 이런 데는 침묵하네요.

 

혹자는 이야기 합니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글쎄요, '그럴 수'는 있겠죠. 물론 기업은 이윤을 쫒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소비자의 만족,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일부러 안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때, 그것을 우리가 혁명이라고 불렀던 것은 어디서 기반한 것이었을까요?

 

소비자가 직접 앱을 만들 수도 있고, 자판을 바꿀 수도있고, 인터넷을 하는 등 여러가지를 제한없이 할 수 있는 확장성, 자율성에 힘이 있었습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개발진을 퇴짜놓았다가 후회하고, 나중에 애플이 만든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을 쫒았던, '패스트 팔로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까닭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덧, 몇달 전 신혼집에서 쓸 가전으로 LG전자의 제품들도 샀습니다. 200만원짜리 냉장고는 정말 뚜껑조차 없는 허섭한 얼음틀이 포함되어 있더군요.(따로 구매해서 끼워넣는 몇만원짜리 얼음 만드는 장치가 있더군요. 근데 그걸 고객 문의를 따로 넣어야 호환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건 덤. 왜냐면 더 고가의 제품에 해당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거기다 계란을 담는 통도 없어서 따로 구매를 해야하기까지;;

 

정작 저가형으로 구매한 세탁기(워시타워)는 별 필요도 없는 장치를 포함해서 주더군요. 건조를 마친 건조기의 문을 계속 열어두도록 문에다 꽃아 놓는 장치라던지(필요 없고 그냥 작동 안할 때 문 활짝 열어놓으면 돼서 그냥 고무장갑 걸이가 되어버림), 건조기가 돌 동안 같이 돌아가지 않고 중간에 빨래를 두는 틀이라던지...(이런걸 추가 구매 용품으로 하던가;;;) 정말 필요한 것은 추가 구매품목으로 두고 쓸데없는 것만 서비스를 주는... 참... LG전자도 그렇고 우리나라 기업들만 그런건지 필요없는 거 주는데만 진심인듯 합니다...